개발자의 필수 덕목(德目) 상공회의소 한자 3급 합격 후기

내 인생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던 시기는 초등학교 때였다. 국영수 평균이 95점을 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그 시절에 처음으로 44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를 받고 엄마한테 뒤지게 혼났던 과목이 있었는데, 바로 한자였다.

 

그 후 한자와 담을 쌓고 살다가 공교롭게도 개발자 지망생에게까지 한자 자격증 취득을 졸업 요건으로 요구하는 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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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준비 기간: 약 2주

남들은 3일 공부하고도 붙을 수 있는 시험이라지만, 나처럼 베이스가 전혀 없고 한자 공부 의욕이 없는 사람이라면 2주는 잡아야 한다. 2주간 놀 거 놀면서 하루 2시간 정도 공부한 것 같다.

 

합격 기준

상공회의소 한자 3급은 총 3과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자, 어휘, 독해 각 과목당 40문제가 출제된다.

각 과목에서 60% 이상 득점, 만점의 80% 이상 득점 시 합격이다. 한 문제당 1과목은 4점, 2과목은 6점, 3과목은 8점으로 배점이 다르기 때문에 우선 과락을 면하고 3과목을 많이 맞추는 것이 좋다. 1과목은 96점 이상, 2과목은 144점 이상, 3과목은 192점 이상을 받고 전체 총점이 576점 이상이라면 합격이다.

 

합격 전략

1. 3급 한자는 버린다

3급 시험에는 3급 한자만 출제되는 것이 아니다. 9~3급의 한자가 모두 출제되는데, 120문제 중 3급 한자를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는 10문제다. 9~4급 한자가 900자, 3급 한자가 900자인데 10문제를 맞추기 위해 900자를 더 공부하는 것은 매우 가성비가 떨어지는 공부법이라고 볼 수 있다.

죄송하지만 방심할겁니다

 

2. 책은 굳이 안사도 된다

바로 위에 있는 사진은 내가 산 교재인데 거의 안봤다. 외우는건 핸드폰 어플로 외우고, 기출 문제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아서 아이패드로 풀었다..

 

3. 한자공부Q 

 처음 찾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에게도 바로 추천해 줬던 앱이다. 위 사진은 안드로이드 용이고, 난 아이폰이라 한자공부Q 2 어플을 이용했다.

어플에 들어가서 난이도별 - 중학생용 한자를 외우면 된다. 9~4급 한자 900자가 들어있다. 

뜻을 가리고 900자를 쭉 돌리면서 외운 한자는 암기 완료 표시를 하고, 미암기 한자들을 외우는 과정을 반복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외우는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주 보면서 서서히 외워야 한다. 놀러 나갈 때, 졸려서 누워있을 때 무념무상으로 돌리면 된다. 밑으로 내리면 한자 퀴즈도 있는데 나름 재밌다.

 

4. 상상력 발휘하기

이건 사실 그냥 내 방법인데.. 비슷하게 생긴 한자도 너무 많고 똑같은 부수면 다 같은 글자같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다.

ㅋㅋ

이런 식으로 아이패드에 쭉 정리했다. 부수별로 정리하거나 비슷한 글자끼리 모아서 정리했는데 엄청 도움이 많이 됐다. 500자 정도는 이런 방식으로 외웠다.

 

5. 기출 문제 풀어보기

상공회의소 홈페이지에 가면 "상공회의소 360제" 라는 파일이 있는데, 3개년정도 기출을 모아 놓은 파일인 듯 하다. 내가 900자 중에 750자 정도는 외웠다! 싶으면 그때부터 기출 풀면서 못외운거 외우면 된다. 난 상공회의소 360제만 풀었는데, 다 풀고 보기에 나온 것 까지 몇번씩 반복해서 외웠다. 

 

단어나 사자성어도 따로 공부하지 않고 기출에 나온 것만 익혔다. 어차피 단어는 따로 외우려고 해봤자다. 기출 분석을 하다 보면 이딴 단어를 누가 쓴다는 건지 궁금할 정도로 처음 보는 단어만 나온다. 난 책도 많이 읽고 국어도 잘하는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잠깐 의심했었다. 그러니까 기출에 나온 단어들만 외우고 문제가 어떤 식으로 나오는지 감을 잡은 후 시험장에서는 마음이 가는 대로 찍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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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하기 싫었는데 막상 끝나고 보니 내 언어 능력이 좋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일상생활에 적용하면서 마법천자문 놀이도 할 수 있다. 웃음 소! 목마를 갈! 이런거 평소에 좀 해주면 친구들이 좋아서 큰 반응을 보여준다.

 

암튼 이제 한자와 작별이다. 졸업 딱 기다려